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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다니는 최선생/에피소드

밤샘 야근

by Choi선생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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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야근 많이들 하십니까? 주 52시간제가 실행되고 나선 그래도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개선되긴 했죠 ㅎㅎ

저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땐, 아직 주 52시간제를 실행하기 전이었는데 야근을 아주 밥먹듯이 했더랬습니다. 

야근에 관해 말하자면 재밌는 에피소드 진짜 많은데, 오늘은 그 중 날밤을 꼴딱 샌 밤샘 야근에 대해 얘기해드리겠습니다. ^_^

 

일전에 말씀드렸지만 저는 한 사업부의 전략팀에서 근무중입니다. 전략팀에 있으면 제일 큰 이슈가 뭐냐. 바로 사업 계획입니다. 올해의 사업을 리뷰해보고 내년도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를 구상하여 보고하는 일이죠... 그때는 지금처럼 주 52시간제도 아니었고, 페이퍼웍이 너무 많았던 때여서 거의 2주를 주말 포함하여 9시 출근 - 자정 퇴근을 했더랍니다. 

 

그 날도 사업계획을 위해 거의 1주일이 넘게 철야근무를 하던 때였습니다... 매일 매일을 12시에 퇴근하거나,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모두가 폐인같아졌죠.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오고 다들 예민함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진짜 웃긴 게 뭔지 아세요? 야근하다가 지쳐서 새벽 1시쯤 담배피러 흡연장에 가면, 각 사업부 전략팀 담당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다들 "어, 아직 안들어가셨어요?" "아씨 ㅜ 아직 멀었어요 ..ㅜ.ㅜ" 이러면서 인사한다는 겁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땐 입사한지도 얼마 되지가 않아서 정말 정신이 쏙 빠졌고, 야근을 자꾸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업계획을 할 때 이렇게까지 심하게 야근을 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인데, 원인은 3가지가 있었습니다.

 

1. 흔히 말하는 PPT 와꾸의 중요도 / 2. 최종 보고자 외에도 존재하는 중간 보고자 / 3. 완성된 자료가 아니면 보려고 하지 않는 중간 보고자

 

① 사업계획자료는 각 사업부별로 거의 경쟁에 가깝습니다. 누가 더 좋은 전략을 가지고 와꾸를 멋지게 하느냐. 따라서 허접한 PPT 자료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심플해도 논리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함과 동시에 있어보이는 그래프를 그려내야하며, 그 안에 문장과 단어는 최종보고자가 자주 쓰는 용어들로 구현해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한 장표를 찍어내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한 번 엎어지기라도 하면 시간이 몇 배로 걸리겠죠..?^_^;;)

 

② 저희 사업부의 사업부장(이하 전무님)님이 최종 보고자이지만, 그 전 저희 팀 팀장님을 거쳐야했고, 그 전엔 저희 팀 선임분을 거쳐야했습니다. 그렇기에 선임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팀장님 보고를 하지 못했고, 팀장님 보고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전무님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죠. 몇 번을 최종보고를 하지 못하고 그 전단계에서 허우적댔답니다. 

 

③ 저희 팀장님은 완성된 자료가 아니면 봐주시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그만큼 완벽을 지향하시는 분이셨죠. 굉장히 똑똑한 분이셨습니다. 업무적으로 배울 게 정말 많았고, 실제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다만, 저는 업무를 진행할 때 지향하는 바가 중간 중간 보고를 통해 방향을 수정하면서 잡아나가야 시간이 덜 걸리고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인데 반해, 그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짜고 자료를 전부 만들어 한 판을 보고 나서 수정을 진행해나가는 스타일이셨습니다. 

 

이 3가지 이유로 저희 팀원들은 정말 눈이 빠지게 사업계획 시즌만 되면 야근을 해야했고, 어떤 날은 새벽 2시에 퇴근하여 다 같이 화이팅하자며 30분 동안 소주를 까고 집으로 간 적도 있더랬습니다. ㅎㅎ 아무튼 그러다 하루는 최종 보고를 한게 전부 뒤엎어진 날이 있었습니다. 자료 마감 기한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죠. 저희는 그 날 모두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회의실에 모두 모여 새벽 6시까지 자료를 만들어 다시금 한 판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6시 반이 되서야 누구는 목욕탕을 가고, 누구는 회사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회의실에 누워 눈을 붙였습니다. 잠시 후, 7시 반이 되고서부터 웅성웅성 출근하는 소리가 났고, "어머어머, 전략팀 저기서 뭐하지?" 하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저희 팀원 모두 몰골이 말이 아니었죠. 다행히 수정한 자료는 잘 컨펌이 됐고, 그 해 사업계획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정말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저 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 앞으로의 내 회사생활이 순탄치는 않겠구나..' 라구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재밌는 추억이고, 그때 같이 일했던 팀원들은 누구보다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현재도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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